20101105.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공청회 후기

어제 (2010년 11월 5일)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3층 거문고홀에서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공청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웬만하면 이거 귀찮아서 후기를 잘 올리지 않는 편인데, 나름 느낀 것도 있고, 꽤 중요한 정책 이야기가 오간 공청회였다 보니 이렇게나마 후기를 올리게 되는군요. ㅎㅎ 앞으로 더 이상 이런 부문에서 귀차니즘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그 글도 풍성해지고 얼마나 좋아요 (......네 반성할게요 ㅠㅠ)

철도에 대한 투자부족과 도로교통에 대한 비교열위, 시설수준의 일관성 미확보, 역 접근성에 대한 고려 부족 등 이제까지 우리나라 철도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은 연구자라면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것들입니다.
이번 공청회 주제발표에서 밝힌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요지는 광역권 간 90분 생활권, 광역권 내 30분 생활권의 구축이었습니다. 광역경제권 통행 패턴에 부합하는 철도를 구축하겠다...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였지요. 사실 이걸 그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 정도의 말끔한 계획이라도 있으면 어느 정도는 안심입니다.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전체적인 방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공청회 자료에 있던 내용을 그대로 옮겼으며, 제 코멘트가 있는 경우 파란색 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목표 : 전국을 단일 대도시권(Mega-City Region)으로 통합하는 철도교통체계 구축


추진방향 :

1. 광역경제권 간 90분대 통행권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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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광역경제권 내 30분대 통행권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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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녹색물류체계 구축을 위한 철도시설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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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계 3대 철도 선진국 도약을 위한 철도시설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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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메가시티 리전이라는 단어가 국가 단위의 연구기관에서도 나오는군요. 그러다 보니 특기할 만한 것은 수도권 광역급행전철(GTX)이 국가 교통계획에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당초엔 이게 지역 차원의 떡밥으로 끝이 날 줄 알았는데, 김문수 지사의 정치력이 돋보인 건지, 아니면 계획 자체가 설득력이 있었던 건지 이제는 국가계획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왜 '90분'과 '30분'이 강조되는지 궁금해할 것 같아서 설명드리자면, 90분은 일상적인 통근통행권으로 사람들이 인지하는 시간거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30분은 그래도 철도역 주변에서 30분 내에는 있어야 철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하고 있습니다.
한편, 광역경제권 간 '90분대' 통행권 구축을 보다 적은 투자비로 달성하기 위하여 노선별 최적 설계속도를 선정해서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전략이 눈에 보였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건설·운영중인 노선의 최적속도는 230km/h, 신규 건설노선의 최적속도는 270km/h로 준고속철도 시스템으로 우리나라 광역경제권을 90분 안으로 묶겠다는 이들의 목표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오버스펙으로 설계되고 있는 부분을 좀 줄이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하던데, 이게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군요.[각주:1]

투자계획에 관련한 자료도 있었습니다. KOTI 측에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수립해 놓았더군요. 일단 교통시설 투자재원 중 도로 : 철도 : 항공 : 항만 투자비중은 40% : 50% : 0.4% : 10%[각주:2]가 되도록 비중을 조정하겠다...고 써져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중립적 시나리오를 채택하여, 교통시설투자재원 183조 중 철도부문 재원으로 89조원, 그 중 철도시설 투자재원으로 60조원을 사용한다고 가정하였습니다.
투자는 기 추진중인 사업은 고속철도 사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며, 일반철도 및 광역철도는 추진실적 및 잔여사업비 등을 감안하여 투자수준을 유지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신규투자의 경우 경제적 효율성(B/C)을 일정수준 확보한 사업, 그리고 경제적 효율성은 다소 낮아도 국가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사업 등을 반영하겠다는군요.

그런고로... 투자계획(안)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투자계획안 펼쳐보기


이에 따라 구성된 국가철도망구축계획(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투자소요 산정 부분을 보면, 총 사업비는 약 88조원 규모, 그 중 국고는 약 59조원[각주:3]으로, 1차 계획의 총 사업비 134조원에서는 2/3으로 줄어들었고, 국고 사용금액도 124조원에서 1/2로 줄어들었습니다.
중립적 시나리오가 불가능해질 경우 재원 확보방안에 대해서는 철도투자비율 확대와 기계화, 자동화 등을 통한 철도건설 사업비 절감, 민간 투자의 적극적 유치, 유류세 체계 일원화, 원유 및 석유류 제품 수입부과금 활용, 미리 용지를 매입해 건설에 써먹는 토지은행(Land Bank) 제도 도입을 통한 철도건설 용지확보를 생각해 놓고 있습니다.


토론 시간에는 노정현 한양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토론자로는 권용장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교통물류연구실장, 김영우 한국철도시설공단 기획조정실장, 이승재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차동득 전 대한교통학회장,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기획조정실장 이렇게 다섯 분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전체적으로 토론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전 토론 내용을 이 정도로 요약해 놓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요약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토론 내용 정리



질의 시간에는 남부내륙선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방문하였음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함양군에서는 군의회 의원들이 대거 몰려왔고, 김천시에서는 시장 이하 200여명 정도가 아예 버스를 대절해서 자리를 채웠습니다.
질의 자체가 남부내륙선에 관한 것으로 집중되어 있었는데, 함양 쪽에서는 "대전~진주 직통연결로 되어 있었던 노선이 왜 김천~진주로 돌아가는 노선으로 갑자기 변경되었는가"를 집중적으로 따졌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철도동호회에서도 계속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군의회 의원 한분이 제 옆자리에 있었는데, "노선이 물 흐르듯 가야지 굳이 저렇게 돌아가서야 되겠느냐. 어차피 마산쪽은 대구에서 내려가고 있는 상황인데 진주로 가는 건 좀더 빠르게 해서 대전에서 바로 내려보내는 게 맞지 않느냐" 라는 의견을 보여 주셨습니다.
한편 김천시에서는 아예 시장님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더군요. 발언력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좌중의 많은 사람들이 김천에서 버스 타고 올라온 사람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발언이 좌중을 사로잡을 정도로 호소력이 있더군요. "공청회 이거 형식적인 거 아니냐. 공청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해야 하는데 겨우 2시간을 잡은 건 뭐하는 짓이냐. 우리 의견 좀 제대로 듣고 결정해라"... 정도로 요약이 될 것 같습니다.

이외의 질의는 제가 질문자를 적질 않았네요.
○ 안그래도 산업은행 문제로 말이 많은데, 아예 녹색은행을 창립해서 산업은행에다가 국민주 공모를 통해 시중의 부동자금을 흡수해서 철도뿐 아니라 다른 교통수단을 위한 재원까지도 확보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 뒤에 가서는 '토지 임대를 제도화시켜 달라'[각주:4], '모든 열차를 KTX로 통일하라' 하는 식의 개드립을 치더군요. =_=
○ 어떤 국회의원 보좌관 분은(아...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ㅠㅠ 자료 다시 봐야겠어요) KTX 운행구간도 확대되고, 또 남북관계도 개선되면서 선로용량이 부족해지므로 경부선 제2고속철도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선으로는 흔히들 우리가 '중부내륙선'이라고 부르는 그 노선이 제안되고 있었습니다. 강남 기준으로 90분의 시간절약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하면서요. 여러 철도동호회에서 중앙고속철도를 위해 힘쓰고 있는 웃기시네 님이 굉장히 싫어할 이야기였습니다. (아마 이 분이라면 수서-용문선 + 중앙고속철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분은 너무 수도권, 남북축 우선의 철도망이 짜여졌다면서 동서축의 보강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또 당초 계획보다 투자액이 줄었다는 점도 지적되었고... 단선철도보다는 되도록 복선철도 위주의 철도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여튼 굉장히 재미있는 공청회였습니다. 이것저것 의견 오가는 걸 보면서저도 많이 배운 것 같네요.
다만 김천시장님 이야기대로, 공청회 시간이 겨우 2시간 정도로 제한되어 피드백을 하기에 적절한 여건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좀 심하게 남습니다. 괜히 형식적이니 어쨌니 하면서 말이 나오는 게 아니란 말이죠... :(


ps.
KOTI 측의 자료 준비는 이번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보통 자료집을 제작할 때는 '여유분을 두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만, GTX 때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 세미나 때는 제가 참석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자료집이 충분히 배부되지 않아서 자료를 못 받은 분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받은 자료마저도 제본상태가 좋지 않더군요. 중간에 페이지 뜯어져서 조만간 원본 훼손을 감수하고 다시 제본하러 인쇄소 가야합니다-_-;;;

정 자료집이 궁금하시다면 여기의 711번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 사업비 절감에 대한 부분은 기획연구 완료 후 공학적 검증 중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2011년 말에 완료된다고 하는군요. [본문으로]
  2. 100%가 넘습니다만, 아마 0.6을 다른 각각에서 빼먹는다고 생각하든지 하면 될 듯하네요. [본문으로]
  3. 앞에는 89조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냥 대략적으로 비슷하다 칩시다-_- [본문으로]
  4. 아마 토지 국유화를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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