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역 첫 방문 및 SRT 시승, 짤막한 후기

비록 철도에서 일을 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만 철도글이 왜 올라오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아직은 넓은 의미에서 교통동호인이기 때문이고, 아마 '교통'으로 넓어진 바닥은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다른 교통쪽의 일을 하게 될 지도 모르니, 아직 귀는 세워 놓고 있어야겠지요.

05시경, 수서역


사실 전 수서발 고속철도에 관해서 마냥 좋은 평만을 할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제가 이 바닥에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하필이면 2005년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 하나 이야기하자면... 호남고속철도의 분기역 최종 선정시에 변경되었던 전제 중 하나가 "2045년까지도 수서-향남 간 수도권고속철도까지는 필요하지 않다"였거든요.

그런데 그 필요없다던 게 정부의 계획이 바뀌고, 또 연선 주민들의 유치 요구로 인해서 결국 건설이 되고 말았습니다. 새 계획에서는 당초 경부고속철도 본선과의 합류점이 화성 향남면이던 것이 평택 팽성읍까지 내려가게 되지요. 합류로 인한 운행선 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보니, 이 경우 결국 경부고속철도 본선의 2복선 계획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오송분기의 경우 2복선을 건설하지 않는 경우의 건설 연장이 가장 짧았습니다만, 경부고속철도 2복선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그 다음은 무슨 이야긴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결국 천안아산 분기시보다도 공사비가 더 들도록 만들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줄곧 천안아산 지지였습니다. 대전 지지하시는 분들까지는 이해하는 입장입니다만...) 여기에서 우리는 또 충청북도의 지역이기주의 세력들을 욕할 수밖에 없지요.


다만 이번 답사를 해 보니 수서역은 생각외로 잘 만들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집이 서울 동부였으면 이용을 좀 해보겠는데...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다만 제가 직장 문제로 인해서 서울 서부로 이사를 간 상태인지라, 수서역을 대체 얼마나 이용하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미친듯이 싼 표가 있다거나 하지 않은 이상은 제가 멀리 나갈 때는 서울/용산역을 이용하거나 비행기를 타겠죠. 고속철도와 거의 같은 가격으로 국내선 항공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 뭣하러 1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가서 SR을 이용할까요.


서설이 너무 길었네요.

집에서 수서가 만만치 않게 멀다 보니 첫차를 타도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열차시간에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날 수서역 근처 찜질방에서 하루 자고 새벽 5시부터 수서역과 고속열차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표를 3왕복씩이나 끊어 두기도 했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보이더군요.

이 글에서는 몇 가지 키워드 위주로 간략하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수서역


처음 마주한 수서역의 모습은.... 최신 트렌드에 잘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지하철 3호선과의 접근성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요. 단, 분당선이라면....... 일단 눈물좀 닦고... 노선특성상 동선이 영 안좋습니다....


SRT 수서역은 외부에서 내부로 접근하는 동선체계가 굉장히 잘 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지하철역과 인접한 1, 2번 출구 쪽의 경우 해당 출구에서 들어와서 표를 사고, 승강장으로 가기까지의 동선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역의 구조가 자유롭고 빠른 승하차에 최적화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3번 출구 쪽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물론 차차 해결될 문제로 보이지만 환승센터가 아직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고, 또한 현장발권을 해서 열차를 타는 사람의 경우 매표구도 없이 바로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되어 있으니 상당히 어리둥절할 것 같네요.

지금이야 코레일 허준영 전 사장의 작품인 '고객신뢰선'이라는 것 때문에 탈 때 개찰을 거의 거치지 않지만, 만일 탈 때 개찰이 부활될 경우에는 번거로움이 클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수서역 표 사는 곳. 시설공단 영향인 듯.SRT 입장권. 코레일 양식과 완벽히 동일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수서역의 진가는 지상보다는 지하에서 빛난다는 것이지요.

지하철에서 접근하는 경우 지하철 타는 곳에서부터 바로 표 사는 곳으로 넘어오고, 표를 사서 터미널식 승강장으로 가는 과정까지가 모두 한 층에서 이루어집니다.


이제까지의 고속철도 역사 건설에서는 없었던 시도인데, 이것이 수서역의 이용편의성을 극대화시켜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형태를 가지는 곳은 천안아산역-아산역 정도가 전부이고 수도권에는 이 비슷한 형태를 가진 곳이 없었습니다. 앞으로가 상당히 기대됩니다.



2. 열차 및 승차감

수서역에 정차중인 SRT 열차.

열차는 코레일에 이미 들어온 '와인산천' 베이스의 열차입니다. SRT라는 로고만 빼면 KTX-산천과의 어떠한 차이도 느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와인산천을 들여오는 조건이 'SR로 차량이 넘어간다'는 것이었으니, SR 승무원들의 유니폼 색과 깔맞춤이 되어 있더군요.


승차감 측면에서는 이제까지의 KTX-산천들과 큰 차이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TX-1 대비야 당연히 좋은 건데, KTX-산천 대비해서 크게 좋아진 점을 찾기는 어렵겠더군요.

다만 시트피치가 넓다는 점, 그리고 프리미엄 일반실(4호차) 및 일반실(1~2, 5~8호차)의 좌석은 둘 다 무난한 승차감을 제공합니다. 옛날 KTX-1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열차 내에는 콘센트가 전부 설치되어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겠지요. 하긴, KTX-1의 첫 차량이 도입된 지 벌써 20년이 지났으니, 기술의 진보는 당연한 것입니다. KTX-산천부터 일반실 일부에 콘센트가 사용가능해지기 시작되더니, 와인산천부터는 전 좌석에서 콘센트 사용이 가능해졌었죠. SRT 열차도 당연히 전 좌석에서 콘센트 사용이 가능합니다. 좌석 앞에 하나, 뒤에 하나씩 해서 각 좌석에 콘센트를 제공합니다.


* 그러고보니 혹자는 코레일이 전 열차에 콘센트를 도입하는 게 철도경쟁체제의 효과라느니 그런 말들을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헛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변화 떄문에 어차피 해야 했던 것인데, 그걸 가지고 경쟁의 효과라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되죠. KTX-1의 원형이었던 TGV도 2022년까지 전 좌석에 콘센트를 설치합니다.




3. 특실 서비스 및 물품

SRT는 특실의 운임이 일반실 운임의 1.45배입니다. KTX가 1.4배인 것에 비하면 높은데요, 그렇다면 특실 서비스가 어떻게 제공되는지를 한번 봐야겠지요.

시승기간 중에는 테스트 목적으로 일반실에도 특실 물품을 제공하였습니다. 승무원이 자리마다 직접 나눠주며, 물품이 종이박스에 담겨서 나오더군요.

특실 서비스 물품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종이박스에 담겨서 나누어 줍니다.물티슈, 쿠키, 견과류, 가글액.


KTX의 버터와플마냥 특징적인 아이템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가글액이 있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생각 외로 쓸모가 많은 물품이거든요. 텁텁한 입 헹궈내기에도 좋고. 나머지는 평이했습니다.

KTX 초창기에 특실 물품을 그냥 아무렇게나 뽑아갈 수 있게 방치했었는데, 덕택에 일반실 이용자가 얌체같이 특실물품을 가져가는 등의 일이 종종 발생했었습니다.


적어도 '내 돈 내고 못 탈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특실 이용을 고려는 해 보겠는데,

역시나 이 정도 서비스에 1.45배씩이나 내고서 특실을 이용할 정도는 아닌 것 같네요.

1.4배 값어치를 하려면 아무래도 저가항공사들 수준으로 좌석간격을 좁힌다든지 하는 식으로 일반실의 서비스수준을 떨어트리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만,

그랬다간 여론의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겠죠. 안그래도 KTX-1 처음 나왔을 때도 좌석간격을 넓힌다고 넓혀 놨는데도 너무 좁다는 말이 많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되겠습니다.



4. 총평

SRT의 개통은 기존 KTX 음영지역에 고속철도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일단 지역독점은 이루어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심 말고 강남권에서는 조금 더 저렴하고, (거리로 인한 눈속임 효과로 때문에) 소요시간이 빠른 SRT가 어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차별적인 서비스'와 '더 저렴한 가격'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야심차게 민영화한다고 했다가 도리어 서비스가 나빠지는 경우가 여럿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통신서비스가 있죠), 과연 철도라고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수서역 자체의 접근성이 아직까지는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 보아야만 합니다.

서울 동부지역에서 수서역 접근하기가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아직 GTX를 제외하고는 연계교통 대책이 일부 수립되지 않은 것 같은데 (물론 버스노선 같은 경우야 다른데서 선만 빼오면 되니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빨리 마련되지 않으면 수요가 생각보다 쉽게 늘지는 않을 겁니다.


준비는 나름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뚜껑이 열리면 어떻게 될까요. 개인적으론 많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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